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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돌이마을 귀촌 일기 / 굴러온 돌 일년
삼돌이마을 귀촌 일기 / 굴러온 돌 일년
  • 두메산골
  • 승인 2019.12.03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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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인생에 지표가 된 삼돌이마을 일년

최수일(67) · 배연옥(57) 부부

 

사람들의 행복은 종착지에서 만나는 것이 아니라 삶의 과정에서 순간 순간 만나는 것이다. 살면서 가지가지의 실패와 시행착오를 겪으며 깨달은 것이 많다. 채울 때는 무조건 채우는 것밖에 몰랐는데 막상 다 채우고 나면 공허하고 더 채울 공간이 없어 당황스러운 것이 우리네 삶이다.

어쩌면 우리네 삶은 살면서 아등바등 채운 것들을 다시 내려놓는 과정이 아닐까. 서두르지 않고 기다리며 천천히 살아가니까 비로소 세상이 보이고 주변도 보이고 가장 중요한 것은 진실된 내가 보인다는 것이다. 이렇게 살려고 삼돌이 마을을 찾은 최수일, 배연옥 씨 부부.

“ 일 년이 되었네요. 경기도 하남시에서 살다가 아무런 연고도 없는 이 마을로 들어온 것이, 집은 인터넷에서 보고 구입했구요. 너무너무 잘 왔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네요”라고 말하는 최수일 씨 부부. 이들은 농촌에 둥지를 튼지 일 년 남짓한 초보 귀농, 귀촌인이다.

보통 귀촌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남편은 적극적인데 반해 부인들은 부정적인 면이 많은 것인데 최 씨 부부는 부인이 더 적극적으로 귀촌을 원했다고 한다. 남편 최 씨의 고향은 경기도 양평으로 평소에도 더 늙기 전에 시골로 가기를 원해 운학으로 오기로 결정한 뒤 바로 짐을 꾸렸다.

그러나 귀촌을 하고 나니 전혀 연고도 없고 잘 알지도 못하는 마을에서의 생활은 두려움이 앞섰다. 그런 두려움은 곧 사라졌다. 그것은 바로 너무나 친절하고 마음을 써주는 이웃들이 있어서 집을 수리하는 것부터 일상에 모든 것까지 챙겨주고 도와주는 마을 사람들과 특히 모든 것을 꼼꼼히 챙겨준 안충선 이장 덕분에 너무나 쉽게 삼돌이마을의 굴러온 돌이 되었다.

“불편한 것 없어요. 도시생활과 달리 나들이가 약간 어려운 것 외에는 너무너무 좋아요. 특히 도시에서는 남편이 건강도 약간 나빴었는데 이곳에 와서 금방 언제 그랬냐는 듯이 좋아졌어요. 이럴 줄 알았으면 미리 운전을 배워 두는건데....” 부인 배 씨는 운전면허가 없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것이 삶이 더 여유로워지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우리 사회가 고령화로 변하면서 노년의 삶을 고민하는 사람들도 많아졌지만 나이 60이 넘으면 부부가 함께 살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한 삶이라는 주장도 있다. 검은 머리로 만나 백발이 된 세월 동안 부부가 함께했던 고생과 보람, 기쁨 이런 것들을 노년에 같이 돌아보고 남은 생을 더 사랑하고 서로를 아끼는 것. 노래 가사처럼 “저 높은 곳에 함께 갈 사람 바로 당신입니다.” 이것이 제2의 인생을 농촌에서 보내는 사람들의 바램이며 일상이 되어야 한다.

최 씨 부부는 초보 농부답게 6백여 평의 밭농사로 사계절을 보냈다. 농사에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 농사꾼에게 마을 사람들은 너무나도 모든 것을 친절하게 일일이 가르쳐주었다. 그래서 농부 일학년을 무사히 마쳤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되면 농부 2학년에 올라간다. 최 씨는 “저는 특별한 기술은 없지만 마을 일은 빠지지 않고 보탬이 되어야겠다는 각오를 가지고 있습니다. 먼저 귀촌하신 분들에게 배우는 심정과 자세로 젂그 참여할 것입니다.”

아무런 연고도 없이 모든 것이 낯선 곳에서 일년. 그 일년은 최 씨 부부에게 앞으로의 10년, 100년을 담보하는 아주 소중한 경험으로 기억되고 삶의 지표로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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