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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꾼, 영월 군민가수 노수은
농사꾼, 영월 군민가수 노수은
  • 두메산골
  • 승인 2021.01.27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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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 국민가수가 있다면 영월에는 군민가수가 있다. 노수은(盧受恩 · 60)씨. 영월군내에서 열리는 모든 행사 무대에서는 언제나 마이크를 잡고 노래하는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2020년에는 코로나로 인해 활동이 거의 없었지만 그의 노래를 들으면 고향집 언덕에서 친구가 불어주던 하모니카 선율처럼 아련함이 온몸을 휘감는다. 그는 노래를 직업으로 하는 가수가 아니다. 그저 노래가 좋아 농사일 틈틈이 설 수 있는 무대가 있으면 마다하지 않고 마이크를 잡는 농부다.

그가 부르는 노래는 장르를 초월한다. 트로트에서 발라드, 심지어는 팝송까지도 모든 장르의 노래를 다 부른다. 그리고 박수를 받는다. 약간은 마른 체구에 농사를 짓는 이웃집 아저씨 같은 인상이지만 무대에 서면 군민 가수가 아닌 국민가수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노래하는 농군 노수은은 원래 영월 사람이 아니다. 그는 2011년에 영월군 주천면 용석리로 귀농하여 농사를 짓는 평범한 농사꾼이다. 고향은 전라남도 영암. 그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상경하여 직장생활을 하다 부친이 사업을 하고있는 전남 목포에서 결혼을 하고 생활을 하였다. 누구나 인생에서 풍파가 있듯이 그에게도 헤쳐나가기 어려운 풍파가 있어 다시 서울로 이주하였고 넉넉하지 못한 서울 생활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그런 가운데에도 세월은 유수와 같아 40대를 지나 50대에 들어설 무렵 아내가 농촌생활을 해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의논을 해와 많은 날을 고민하던 끝에 영월 주천면 용석리로 이주를 했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막막하기만 하였다. 농사일은 해본 적이 없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지만 모험을 하는 심정으로 경작을 하지 않는 논과 밭을 빌려 농사를 시작했다. 총3천5백여 평의 농토를 일구는 일은 쉽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의 도움도 한계가 있었고 사람들은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았다. 참으로 많이 힘든 때 그를 도와준 것은 바로 노래였다. 충주mbc라디오 방송 즐거운 오후 3시라는 프로에 전화로 노래를 하는 코너에 출연을 하게 된 것이다. 마을 사람들에게 출연 사실을 알리고 출연하는 시각에 맞춰 마을회관에 사람들이 모여 라디오를 들었다. 전화기를 잡고 노래하는 그의 모습에 마을 사람들은 호감을 갖게 되었고 조금씩 소통을 하게 되었다.

또 한 번의 마을 사람들과의 소통은 KBS전국노래자랑 출연이었다. 이때는 마을 사람들이 직접 프랑카드와 피켓을 들고 녹화장인 동강시스타로 달려와 응원을 해주었다. 이후 마을 사람들과의 관계는 원만함을 넘어 동고동락하는 사이로 발전되었다. 모두가 그가 끊임없이 노력하고 소통한 결과였다.

 

노래는 좋아했지만 자신이 가수가 되려는 생각은 없었다. 그러나 기회가 주어진다면 굳이 마다하지는 않겠다는 것이 평소의 생각이었다. 2017년 서울 중구에서 열린 제15회 배호가요제에 출전할 기회를 얻어 은상을 수상하면서 그는 생각을 조금 바꾸기로 하고 한국연예인협회 회원등록을 하고 회원번호 1740번의 가수가 된다. 그리고 한 작곡가를 만나 자신의 노래 두곡을 받았다. 두 곡중 이별의 아픔이라는 노래가 마음에 와닿았다. 일상적인 사랑과 이별의 아픔을 표현한 노랫말과 멜로디가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연예인 가수의 길은 자신이 절실하게 원했던 것은 아니었다. 노래는 취미로만 생각했었지만 이제는 생각이 바뀌었다. 그래도 노수은 자신은 농사꾼이지 가수는 그 다음이라는 생각에 여기까지의 노래를 두고 자신의 본업인 농사에 충실하기로 다짐했다. 또 한 번의 경사는 그가 참여하고 있는 영월군의 절임배추 판매사업이 100억을 돌파한 것이다. 농촌에서 100억이라는 매출은 대단한 것이어서 그는 회원들과 축하하는 자리를 마련하기로 했다.

2020년에는 코로나19로 인해 영월의 모든 행사가 취소되어 군민들을 대할 기회가 없어 안타깝지만 마음은 항상 무대로 행한다. 또한 농사일로 바쁜 가운데에서도 언제나 무대에 오를 수 있도록 노래 연습을 한다.

군민가수 노수은. 그는 이제 어엿한 대한민국의 가수가 되었지만 영원히 영월의 군민가수로 남기를 소망한다. 이시간에도 영월의 무대에서 그의 노래가 들려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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