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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가 어때서.....설레임으로 색소폰 연주, 이향화
내 나이가 어때서.....설레임으로 색소폰 연주, 이향화
  • 두메산골
  • 승인 2021.01.27 14: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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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구팔팔이란 말이 있다. 구십 구세까지 팔팔하게 살자는 의미이다. 구구를 지나 100살을 넘긴 사람이 있다. 그분께 누군가가 물었다. 건강의 비결이 뭐냐고,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비결, 따로 없어요 그냥 막 살아요,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주는 대로 먹고.....” 건강을 위해 따로 운동 같은 건 안하느냐고 묻자 “없어요, 젊어서부터 바쁘게 사느라 운동할 시간이 없었어요... 굳이 비결이라면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을 안 만들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살아온 것이 비결입니다.”라고 한다.

이향화(李香花 · 67)씨. 영월의 작은 무대. 고요한 밤하늘에 울려 퍼지는 섹소폰 선율이 흐른다. 연주의 주인공이 바로 그녀다.

적지 않은 나이에도 소녀 같은 설레임을 안고 무대에 오르는 그녀는 이제 5년차 섹소폰 연주자이다. “처음에 섹소폰을 배운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는데 옆집 아줌마의 권유로 시작하게 되었고, 하면 할수록 빠져들면서 기왕이면 잘해보려는 욕심이 생기더라구요. 그리고 더 나이가 들기 전에 나 자신을 위한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이르게 되면서 더욱 열심히 하게 되었지요”라는 그녀의 말처럼 죽는 날까지 뭔가에 죽도록 매진하다 홀연히 사라지는 모습은 눈물 나도록 아름답고 끝까지 자기의 길을 걷는 것, 죽도록 자기의 일에 매진하는 것, 그리고 거기에 자기가 자기의 죽을 자리가 되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향화 씨의 고향은 영월군 수주, 지금의 무릉도원면이다 형제는 8남매 이씨가 둘째였으나 오빠가 일찍 세상을 여의는 바람에 맏이 노릇을 해야 했다. 공무원 아버지 덕분에 어렵지 않은 유년시절을 보내고 고향을 떠나 서울 등지에서 살다가 27세 때 결혼을 하면서 영월로 돌아왔다. 슬하에 아들만 둘을 두고 살면서 팬션과 민박집을 운영하기도 했다. 그렇게 지금까지의 세월을 여자로서 보다는 아내와 엄마로서 살아왔다.

그리고 어느 날 부터인가 자신의 인생을 살아야겠다는 동기를 자신에게 부여하게 되었는데 바로 섹소폰이 그 동기부여의 중심에 있었다. 섹소폰을 배우는 것도 쉬운 게 아니었다. 어릴 적 노래를 잘 부른다는 소릴 들은 적은 있지만 악기를 다루는 것은 만만치가 않았다.

모든 일에는 어려움이 따르게 마련인 법. 중도에 포기하면 시작을 하지 않은 것만 못하다는 생각에 열심히 배우고 익혀나갔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앞이 보이기 시작했다. 조금씩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무대에 서는 기회도 생겨났다. 참으로 하기를 잘했다는 성취감과 그에 따라 요즘 유행하는 힐링이라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이향화. 그녀는 지금 나이에 이름처럼 향기로운 삶을 살고 있는 자신을 느낀다. 자신의 연주에 박수를 쳐주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삶의 희열은 배가되고, 의욕과 자신감이 충만해진다.

사람이 살면서 자기가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산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현대의 불치병으로 불리는 각종 암의 원인에서 의사들이 가장 먼저 이야기하는 것이 바로 스트레스다. 삶은 기쁨보다 힘들고 어려움이 더 많은 것인데 어떻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살 수 있을까. 솔로몬의 지혜로도 풀 수 없는 게 스트레스를 받는 우리네 인생사이다.

코론19로 동호인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없어 아쉬움이 많지만 오늘도 그는 집에서 색소폰을 잡고 아쉬움을 달래는 멜로디를 따라간다.

자칫 그냥 지나치기 쉬운 삶의 기로에서 탁월한 선택을 한 이 씨는 오늘도 바쁜 하루를 보낸다. 운동과 연주활동에 여념이 없다. 자신의 연주를 원하는 곳이면 어디든 마다 않고 달려간다. “내가서는 무대가 관객들에게 조금이라도 즐거움을 줄 수 있다면 그게 저에겐 큰 보람입니다”라고 말하는 그녀에게서 나이 60대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고 오직 열정과 의욕만이 넘쳐흐른다.

향기로운 인생을 살아가는 이향화. 그녀의 삶을 보면 문득 이런 노래 제목이 떠오른다. ‘내 나이가 어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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