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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 폐광지역 문화로 살린다(2)
특별기획 / 폐광지역 문화로 살린다(2)
  • 두메산골
  • 승인 2019.10.13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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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 시민사회운동의 선구자 고진법
자문 / 고진법(영월라디오스타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전 동강보존본부 회장)

일찍 시작했다고 해서 반드시 일찍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찍 핀 꽃이 튼튼한 열매를 맺는다는 보장은 없다. 얼마만큼 오래 참고 견디며 얼마나 정성껏 준비했느냐가 중요하다.

잃어버린 것이 많은 폐광지역에도 오래 참고 견디며 정성껏 준비를 해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폐광지역인 태백, 정선, 영월, 삼척 도계. 그중에서도 영월은 폐광지역이라는 이름을 지우기 위한 노력을 다양하게 하고 있는 곳이다.

영월 시민사회운동의 선구자 고진법

고진법 라디오스타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영월에서 20여 년 동안 시민사회운동을 해오면서 폐광지역의 일자리 창출과 사회적기업, 사회적협동조합의 노하우를 쌓아온 고진법(56 · 라디오스타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그는 이론보다는 현장에서 경험을 중시하는 행동하는 시민운동가이다.

고씨굴이 있는 진별리에서 태어나 90년대 도시로 나가 10여 년을 지내다가 2001년에 고향으로 돌아온 때는 폐광으로 인한 어려움이 심했던 시절이었다. 13만 인구가 5만으로 급속히 줄어들고 당장의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때에 복지라는 단어는 상상을 못했던 시절 그가 관심을 보였던 것은 자활이었다.

저소득층을 위한 일자리 창출을 시작으로 창업을 위한 교육을 보건복지부의 지원으로 시작했다. 당시 1백여 명 이상의 참가자들이 있을 정도로 교육에 대한 관심은 높았다. 그렇게 시작한 자활 활동을 10년을 이어오다가 거기에 시민사회운동을 겸한 단체인 동강보존본부를 만들어 운영했다.

관의 지원을 받지 않고 시민운동을 하는 것에는 난관이 많았다. 회원들이 모여 같이 활동하고 운영해야 하는데 회원들이 모이는 것이 쉽지 않았다.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할 사람들이 없었고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참으로 어려웠던 시절이었다.

사회적기업과 사회적협동조합

자활은 그런대로 자리를 잡아가고 고진법 이사장이 눈을 돌린 것은 주민들의 삶과 사회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인 사회적기업과 사회적협동조합의 설립이었다. 2000년대 이후 농촌, 특히 폐광지역을 살릴 수 있는 것은 영농조합, 사회적기업, 사회적협동조합을 만들어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모여 소득증대를 이루고 그에 따른 일자리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여기에 사람들이 모여 지역의 경제와 문화를 함께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하면서 폐광지역의 낙후된 경제와 문화를 동시에 발전시킬 수 있는 롤 모델이 지금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라디오스타사회적협동조합이다.

라디오스타협동조합은 강원도에서 성공한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자리하고 있다. 과거 KBS송신소 자리에 있는 라디오스타 박물관과 주변은 기업이라기 보다는 영월의 문화공간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윤을 내는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은 라디오스타사회적협동조합은 2020년이면 완전한 자립구조를 갖추게 된다는 게 고 이사장의 말이다.

이처럼 생산적인 문화를 만들어가는 흐름이 자리를 잡게 되면 페광지역은 정부의 지원이 끝나도 스스로 자생할 수 있는 힘을 갖추게 되고 주민들의 소득증대와 문화발전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이제는 시민사회운동도 봉사라는 개념을 떠나 관계하는 사람들에게 하나의 직업, 직장으로 여길 수 있게 해야 합니다. 그리고 지역사회를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재원을 마련하여 전문적인 인력을 양성해야 합니다”라고 말하는 고 이사장은 아울러 회원들의 회비만으로도 운영이 가능한 시민사회단체가 되어야 한다고 한다.

문화가 폐광지역을 살릴 수 있을까

과연 문화가 폐광지역을 살리는 촉매가 될 수 있을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제기하지만 크게 보면 대한민국의 경제를 볼 때 문화콘텐츠를 활용하여 문화적 기업이 생겨나고 대기업들도 문화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디지털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문화는 또 다른 의식주라 여겨질 정도로 중요한 삶의 요소가 되었다. 아이돌그룹 하나가 자동차 몇천 대를 수출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경제적 효과를 창출하는 시대가 지금이다.

그렇다면 폐광지역은 어떤 문화콘텐츠를 만들어가야 할까. 그 정답을 만들기 위해 지역민들이 고민하고 또 앞에 나서야 한다. 지역 특성상 하나의 단체를 만들려고 하면 뒤에서 도와주겠다는 사람은 있어도 막상 앞에 나서서 총대를 메겠다는 사람이 없어 계획으로 끝나는 게 실정이다. 그래서 앞에서 언급했듯이 하나의 직업으로, 직장으로 단체를 만들어 회원들을 모아 회비로도 운영이 가능하게 해야 한다.

 

귀농, 귀촌과 문화의 상관관계

“도시에서 사람들에게 시달려 편히 살려고 귀촌했는데 또 사람들과 어울려야 한다니 ....” 귀농, 귀촌한 사람들 대다수가 하는 말이다. 그러나 그것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단순한 생각이다. 농촌도 도시와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다. 고 이사장은 귀농, 귀촌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말한다. 자신들이 귀농, 귀촌 이전에 가졌던 계급장을 과감히 떼어버려야 한다고 그리고 소통과 적응을 먼저 생각해야 하고 자신도 마을의 한 구성원임을 느껴야 한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귀농, 귀촌을 생각하지만 쉬운 것이 아니다. 물론 성공한 사람들도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실패한 사람들도 많다. 실패한 사람들 대부분이 마을과 어울리지 못한 원인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대부분이 농촌에 적응하지 못하고 개인적인 사고방식을 버리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귀농, 귀촌한 사람들이 지역 문화발전에 이바지할 요소는 많다. 영월에서도 귀농, 귀촌을 한 사람들이 지역을 위해 도움이 되고 자신도 성공한 사례는 많다.

마지막으로 고 이사장은 자신이 경험한 사례 중 하나를 이야기한다. 귀농, 귀촌한 사람들과 원주민 사이에 가장 많은 갈등을 일으키는 것이 땅 문제이다. 자신에게 중재를 부탁한 사람 양자가 모두 타협점을 찾지 못할 때는 그는 거창하지만 헌법을 인용한다. 그러면 대부분이 타협을 이뤄 문제가 해결이 된다.

“아직 폐광지역 문화를 발전시키려면 멀고도 험한 길을 가야 하겠지만 성공을 자신합니다. 왜냐하면 높아지는 폐광지역의 교육열과 궤도를 같이하는 다양한 교육프로그램들이 있고, 거기에 호응하는 지역민들이 늘어나는 현상이 바로 성공을 담보하는 것입니다”라고 말하는 고진법 이사장의 말처럼 성공한 폐광지역의 문화가 밝은 빛을 보는 날을 기대해본다.

◆ 본 기획물은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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