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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 폐광지역 문화로 살린다(3)
특별기획 / 폐광지역 문화로 살린다(3)
  • 두메산골
  • 승인 2019.10.14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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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어드는 학생, 폐광지역 폐교에서
자문 / 안승배(영월문화기획자. 무릉도원면 삼돌이마을 사무장. 전 영월문화재단 문화사업팀장)

영월군은 한때 세계 제1의 텅스텐생산과 전국최고의 시멘트와 무연탄 등을 공급하며 대한민국발전의 동력공급원으로 역할을 수행하면서 한때 상주인구 13만이 넘으며 시 승격을 앞두고 있었으나, 72년 이후 점차 인구가 감소하다가 80년대 정부의 석탄합리화 조치 이후 2019년 현재 4만을 밑도는 인구 규모를 보이고 있는 전형적인 폐광지역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50년 전인 1969년과 비교해 당시 영월 인구는 12만명이 넘고 분교를 제외한 초중고등학교가 80개 학교에 학생수가 3만명이 넘었으나, 현재는 인구 3만 9천여명 그리고 46개 학교에 4천 5백명의 학생이 있다. 그 당시에 비해 인구는 30%, 학생은 15%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대한민국 산업화 기틀을 마련했던 영월이 '폐광(廢鑛) 지역'이라는 불명예만 남았고, 수많은 교직원과 학생들이 다녔던 학교는 폐교(廢校)가 되어 흉물스러운 건물만 남게 되었다.

영월에서 문화기획자로 활동하고 있는 안승배(47) 전 영월문화재단 문화사업팀장은 폐광지역을 되살리는 촉매를 박물관과 연계된 마을공동체와 문화활동에서 찾고 있다.

영월 문화기획자 안승배
영월 문화기획자 안승배

 

학생이 떠난 폐교가 박물관으로 변신

영월군은 학생이 떠난 폐교를 활용할 방안을 찾게 되었는데 때마침 1999년 개관한 책박물관을 시작으로 민화박물관, 국제현대미술관 등 사립박물관이 건립되었고, 별마로천문대, 단종역사관, 동강사진박물관, 김삿갓문학관 등 공립박물관 등 박물관·미술관 등 문화공간이 영월 곳곳에 자리를 잡았으며

영월군은 새로운 지역의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박물관 유치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섰고, 교육청으로부터 폐교를 영구임대 방식으로 사들인 뒤 박물관을 만들겠다는 사람들의 제안서를 받았다.

이러한 움직임들은 2005년 21세기 신활력지원사업에 ‘박물관 고을 육성’ 사업선정 후 2008년 전국에서 유일하게 ‘박물관 고을 특구’ 지정, 2012년 전국 151개 지역 특구 가운데 대상을 차지하는 등 영월내 박물관 인프라를 기반으로 한 낙후된 지역의 문화생활 향유 기회가 확대되는 등 폐광으로 인한 상실의 도시에서 박물관이 중심이 된 ‘문화희망도시, 영월’로 변화를 모색하였다.

그 이후 현재까지 미디어 기자, 다구, 라디오스타, 세계민속악기, 아프리카미술, 인도미술, 초등교육 등 다양한 주제의 박물관 미술관 들이 폐교를 비롯하여 버려진 공간을 활용하여 지역의 문화공간으로 재탄생되어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박물관은 대외적으로 2017년까지 5회에 걸쳐 국제박물관포럼을 개최하여 군단위에서는 유일하게 국내외에 영월을 알리는 브랜드가 되었고, 영월을 찾는 많은 관광객들에게 다양한 문화를 선보이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영월의 박물관은 다른 지역의 박물관과 달리 단지 유물의 보존이나 관람객을 위한 전시, 교육에만 그치지 않고 주민들을 위한 문화, 예술, 교육 등의 역할을 제공하는 문화복합센터의 역할을 자청하였다.

방문객을 위해 건물을 수집품으로 가득 채운 기존의 박물관과는 달리 이러한 박물관 형태를 ‘에코뮤지엄’이라 부른다. 에코뮤지엄’이란 1960년대 후반 프랑스에서 탄생한 개념으로, 불어의 ‘에코뮈제’를 영어로 번역한 것이다. 에코(eco)라는 생태의 의미와 박물관(museum)의 합성어로 만들어진 에코뮤지엄은 ‘새로운 박물관학’ 운동의 일부로써 창안되었다. 앞서 말한바와 같이 방문객을 위해 건물을 수집품으로 가득 채운 기존의 박물관과는 달리 에코뮤지엄은 지역발전과 연계된 문화와 경제를 접목하는 새로운 박물관의 개념이다.

지역의 문화 특색과 환경에 따라 여러 가지 모습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생태박물관, 환경박물관, 지역박물관, 민속박물관, 에코뮈제(Éomusé), 지역 공동체 박물관, ‘생태관광(ecotourim) 등 다양한 이름으로 혼용되어 불리고 있다.

이러한 지역 특성에 초점을 두어 그 특성을 발전시킨 에코뮤지엄은 지역활성화 정책에 변화를 가져오게 되고, 각 지역의 특성과 고유한 테마를 가진 네트워크를 형성하게 되어,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게 된다.

농촌 특히 강원도 영월같이 폐광으로 인해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모두 낙후된 지역에서는 모든 기능이 군청이 위치한 읍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문화원, 문화예술회관, 청소년수련관, 종합사회복지관, 생활문화센터 등이 자리하고 있어 문화 혜택이 한곳에 몰려있다. 반면 나머지 면단위 지역에는 문화시설이 전무해 폐교를 이용한 문화공간을 조성해야 한다.

더욱이 폐교는 단순히 옛날 학교 건물이 아니다. 그곳에는 주민들의 삶과 추억이 함께 존재하는 곳이다. 대부분의 폐교들은 그 지역 주민들이 직접 돌과 흙을 지어 나르며 벽을 세웠고, 풀을 뽑고, 자신들의 손길을 남긴 장소였다.

영월미디어기자박물관 사례

영월미디어기자박물관은 멀티미디어 시대에 상대적으로 낙후된 농촌 지역이 미디어를 활용하여 세대 간, 계층 간 교류 활동 확대와 세상과 소통하는 세상을 만듦으로서 지역공동체 활성화와 지역주민의 문화역량강화를 목표로 한반도면 광전리의 여촌분교 자리에 2012년 문을 열었다.

이 박물관을 연 고명진 관장은 1980년부터 2002년까지 한국일보에서 사진기자로 활동했으며, 특히 1987년 민주화운동 현장에서 상의를 벗은 한 청년이 태극기를 배경으로 하늘을 향해 팔을 벌린 채 달리는 장면을 담은 ‘아! 나의 조국’이란 제목의 사진을 찍은 기자로 유명하다. 특히 이 사진은 1999년 AP통신 선정 20세기 세계 100대 사진에 포함되어 지금도 매년 6월이 되면 각종 언론매체에서 민주화운동의 상징으로 사용된다.

미디어기자박물관은 여느 박물관처럼 유물수집, 전시, 교육에 그치지 않았다. 전문영화관이 없던 영월에 박물관 인근에 방치되어 있던 버섯 재배사를 마을영화관으로 재단장하였고, 박물관 교육장과 전시장을 다양한 마을 문화활동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구정(설날)과 추석에는 가족 사랑을 담는 가족사진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으며, 관내 초등학교 학생과 교사를 대상으로 신문, 방송, 통신등 미디어의 조사연구와 졸업생이 10명 미만인 영월군 관내 초등학교 졸업생을 위한 졸업앨범을 무료로 제작해 주는 등 다양한 지역문화활동을 하고 있다.또한 각종 국가 공모사업에 신청을 하여 생활문화공동체사업, 꿈다락토요문화학교, 지역특화프로그램 등을 통해 마을주민과 함께 하는 문화공동체 조성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였다.

박물관은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인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문화를 함께 이야기하고 문화를 배우고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영월 주민들의 행복한 공간이 바로 이웃에 위치하고 있는 것이다. 안승배씨는 “박물관과 같은 문화공간은 외지 관람객도 중요하지만 주민들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고명진 영월미디어기자박물관 관장이 주민들에게 생활사진 교육을 하고 있다.
고명진 영월미디어기자박물관 관장이 주민들에게 생활사진 교육을 하고 있다.

 

세가지 돌이 아우러진 삼돌이 마을

박힌 돌, 굴러온 돌, 굴러올 돌이 함께하는 일명 삼돌이 마을로 불리는 무릉도원면 운학1리에 위치한 폐교는 최근 주민들이 직접 리모델링하여 각종 체험활동과 귀농, 귀촌 대상 교육, 주민역량강화 교육 그리고 뜨개질, 서각동아리 등, 특히 원주민과 귀농 귀촌인들의 화합을 위한 삼돌이축제 등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이 이루어져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있으며 이를 통해 현재 귀촌인구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전국적으로 폐교 및 유휴건물과 공간 등을 활용한 박물관 유치 사업이 활성화 되고 있다. 그러나 많은 수의 박물관들이 지역의 특수한 환경이나 지역민들과의 공존없이 유형의 문화 유산과 자연 유산을 수집·보존·조사·연구하고, 이를 일반 대중에게 제공하기 위해 전시·교육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데 그치고 있다.

그러나 현대적 박물관은 설립 주체와 대상은 단순히 박물관 설립자와 관광객이 아니라 주민 자체와 관광객을 포함한 공동사회 전체이다. 따라서 몇몇 행정기관이나 박물관 종사자에 의해 수행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박물관 종사자와 지역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운영 관리로 지역사회 발전의 중심 역할을 할 때 제대로 발전해 나갈 것으로 본다.

이러한 중요한 의미는 사람이 중심이 되는 문화이다. 인문학이 중심이 되어 운영되는 박물관은 마을주민과 군민을 위한 사랑받는 문화공동체 공간으로 거듭 날 수 있으며 도농 간의 문화 격차를 줄여 나가는데 큰 역할을 하게 된다.

끝으로 안승배씨는 “귀농,귀촌인들의 재능을 활용하는 문화교육 활동과 마을의 전통문화 복원, 재현 등도 박물관이 중심이 되어 함께 이루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문화융합시대의 6차산업 발전을 위해 영월의 박물관들은 끊임없는 도전과 열정으로 함께 해 나갈 것이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 본 기획물은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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